초고령사회 지역의료 재편…예방·돌봄 중심 10대 권고안 심의

이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7 15: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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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지역 건강정책 총괄 강화…보건지소·민간의료기관 활용 확대
▲ 27일 제9차 의료혁신위원회 [보건복지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국무총리 소속 의료혁신위원회가 시군구 보건소의 지역 건강정책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주민 가까이에 있는 일차의료기관이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건강돌봄까지 담당하도록 지역보건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는 기본적인 일차의료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혁신위원회는 2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제9차 회의를 열고 ‘초고령사회 대응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권고안’을 심의했다. 이번 권고안은 예방부터 치료·돌봄, 생애말기까지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다.

 

권고안 마련의 배경에는 고령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건강관리 수요 변화가 있다. 노인성질환과 노쇠, 치매를 비롯해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거나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질병 발생 이후 치료에 집중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혁신위는 이에 따라 의료기관별·사업별 서비스에서 주민이 생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을 연결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고령인구 비중은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보건체계에서는 보건소의 역할을 지역 단위 건강정책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방향으로 강화한다. 시군구 보건소가 지역 건강정책의 전략과 기획, 공중보건위기 대응, 지역보건 총괄·조정 기능을 담당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예방·건강증진·건강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보건의료기관의 기능과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이다. 주민 참여를 포함한 지역 보건의료 거버넌스도 강화하도록 했다.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의 일차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권고안에 담겼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 일차의료기관 지원, 공공·민간 협력형 일차의료기관 확충, 이동·순회진료 등을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일차의료 자체의 역할도 확대한다. 최초 접촉부터 지속적인 관리와 의료서비스 조정까지 일차의료 본연의 기능이 지역사회에서 작동하도록 제도와 보상체계를 정비하고, 일차의료기관이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건강돌봄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향이다. 지역보건기관과 일차의료기관도 개별 사업 단위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건강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의료와 돌봄의 연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노쇠 예방과 다제약물 관리, 퇴원환자 관리,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등을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하고 지역보건과 일차의료가 통합돌봄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제도적 기반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 3월 27일부터 시행돼 노쇠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와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 등의 서비스를 통합·연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65세 이상인 사람 가운데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을 통합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지역별 건강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재정과 평가체계 개편도 권고됐다. 개별 사업별 국고보조 방식에서 지역사회의 건강 필요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지역보건과 일차의료기관의 협력 활동이 평가와 보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체계를 개선하는 내용이다.

 

보건·의료·돌봄 정보를 연결하는 정보 기반도 마련한다. 현재 분절돼 있는 지역보건과 의료 이용, 통합돌봄 정보를 표준화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건강위험을 조기에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지역사회 건강관리 플랫폼을 개발·고도화하도록 했다. 지역보건 인력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국가 차원의 필수역량과 교육·훈련 체계를 마련하는 인력 대책도 포함됐다.

 

혁신위는 이 같은 개편 방안을 실제 지역에 적용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제안했다. 지역보건의료기관과 일차의료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사회 자원과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성하고 지역의 구체적인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모델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의료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도 이어간다. 혁신위는 이날 ‘2026년 하반기 의료혁신위원회 소통 추진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오는 11월 7∼8일 제2차 공론화 숙의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토론회에서는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주제로 죽음과 생애말기에 대한 국민 인식과 원하는 돌봄·의료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는 주민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건강을 미리 살피고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안이 지역보건과 일차의료가 지역 주민의 건강을 함께 책임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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