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과거 군 조직 내부의 부조리는 국가안보와 지휘권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자정(自淨)의 영역에 방치되곤 했다. 그러나 군사법원법의 개정과 군 사법제도의 개혁은 병영 내 폭력 기조를 완전히 다른 법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사회의 시선과 격리된 연병장이나 내무반에서 자행되던 관행적 악습들은 이제 더 이상 조직 내부의 징계나 훈육으로 무마될 수 없다.
최근 사법당국의 기조는 지휘권의 행사가 적법한 권한의 범위를 단 1센티미터라도 벗어날 경우, 이를 엄격한 사법적 단죄의 대상으로 삼는 엄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부대에서 구별하기 모호했던 지시 사항들이 순식간에 군폭행가혹행위라는 무거운 형사 책임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군형법 제62조(가혹행위)와 제60조(폭행)가 규정하는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은 직권을 남용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하거나 물리적인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정비사업이나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군 조직에서는 부하 직원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군기훈련’, 이른바 얼차려라는 적법한 제도가 존재하기에 법적 경계가 대단히 촘촘하다. 부대 관리와 지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가 어느 순간 형사 처벌의 영역으로 전락하는가는 결국 규정의 준수 여부와 인권 침해의 정도에 달려 있다.
판단 기준은 지휘관이나 선임병의 지시가 군인복무기율 및 관련 훈령이 정한 절차와 대상, 방법의 한계를 준수했는가이다. 대법원은 적법한 군기훈련의 범위를 벗어나 대상자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규정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한 경우, 취침 시간 박탈이나 식사 제한 등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침해하는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즉, 대상자의 잘못이 명백하다 할지라도 지휘관의 감정이 섞이거나 법령상의 기준을 초과한 얼차려는 그 자체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아 범죄가 된다.
처벌의 수위와 유무죄를 가르는 분수령은 행위 당시의 '직무 관련성'과 '가해의 고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라고 볼 수 있다. 군사법원의 재판 실무 흐름을 보면, 행위자가 '훈육의 목적이었다'고 강변하더라도 피해자의 신체적 한계나 부대 내 계급 구조상 거부 불가능성을 종합하여 합리성을 결여한 행위로 판단되면 예외 없이 유죄가 선고된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시가 군 지침의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인 지휘권 행사의 일환이었음을 객관적 일과표와 규정 서류를 통해 입증해내야 마녀사냥식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군폭행가혹행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인 동료 장병들의 진술이 오염되기 쉽고, 군사경찰 및 군검찰의 초기 압박이 거세 사법 절차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매는지가 운명을 가른다. 사법 체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징계를 넘어 불명예스러운 형사 처벌로 경력이 단절될 수 있다.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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