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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인로봇 지상 투입 장면 [국립소방연구원 제공] |
폭발 위험으로 소방대원의 진입이 제한된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초경량 로봇이 투입돼 내부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화재 진압 이후에도 남아 있던 미연소 배터리의 연쇄 폭발 가능성 때문에 약 2주간 접근하지 못했던 공간의 안전 상태를 로봇으로 확인한 것이다.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은 1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지환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지난 8월 충남 소재 1차전지 제조공장 완제품 창고 화재 현장에 연성 이동형 로봇인 '바인 로봇(Vine Robot)'을 투입하고 내부 정찰을 마쳤다고 밝혔다.
당시 공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철근콘크리트 내진·내화 구조와 내화 격벽, 배터리 보관 선반에 설치된 자동확산소화기 등이 연소 확대를 억제하면서 건물 전체가 불에 타는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화재 구역에 보관 중이던 군용 1차전지 팩 약 21만개 가운데 상당수가 연소되지 않은 채 높은 열에 노출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소방당국은 미반응 배터리에서 2차 열폭주나 연쇄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진화 이후 약 2주간 내부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건물 외부에서 상태를 관찰했다.
특히 해당 배터리는 2024년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당시 연쇄 열폭주가 발생했던 배터리와 동일한 모델로 파악됐다. 당시 화재에서는 배터리의 연쇄 폭발로 건물이 소실되고 폭발 파편이 약 20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일반적인 소방 로봇을 투입하는 데도 제약이 있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무한궤도형 장비나 4족 보행 로봇이 바닥에 떨어진 배터리를 밟을 경우 장비의 무게로 인한 압력이 가해져 추가 열폭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립소방연구원은 KAIST 연구팀과 협력해 기존 장비와 구동 방식이 다른 바인 로봇을 활용했다.
바인 로봇은 압축 공기를 주입하면 식물의 덩굴이 자라나는 것처럼 몸체가 길게 전개되는 구조다. 바퀴나 다리로 이동하는 로봇과 달리 공압 팽창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면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면서 좁은 공간을 통과할 수 있다.
이번 현장에서는 배터리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고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장비가 선정됐다. 국립소방연구원은 로봇을 이용해 소방대원이 들어가기 어려운 창고 내부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정찰 임무를 마쳤다.
로봇 운용 과정에서는 원격 조종을 담당하는 소방대원의 안전 확보 조치도 병행됐다. 건물 외부에 방호벽을 설치하고 별도로 확보한 안전구역에서 특수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로 로봇을 단계적으로 운용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이번 정찰에서 확보한 현장 자료를 군부대와 산업단지 등 대규모 1차전지 관련 시설의 화재 대응 지침 마련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폭발 위험이 남아 있는 시설의 내부 정찰 방법을 구체화하고, 화재 원인 감식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로봇 기술의 추가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화재원인분석팀과 KAIST 연구팀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링컨 연구소의 국가안보 연구개발 사업인 '링컨 프로그램'에 재난 로봇 개발 과제를 공동 제안하고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 확보한 실증 자료도 해당 연구개발 과제의 보충 자료로 연계할 예정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이와 함께 물류창고의 중층 구조 등 일반적인 소방 장비로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재난 환경에서 로봇의 진입 난이도와 현장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국립소방연구원은 물류창고 중층(메자닌) 구조 등 다양한 특수재난 환경에서 소방 로봇의 현장 활용성과 진입 난이도를 체계적으로 분류·평가하고 있다"며 "실제 화재 현장의 요구 조건과 극복 과제를 로봇 개발에 직접 반영함으로써, 재난 현장에서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임무 완수를 지원하는 현장 중심 로봇 기술 고도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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