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촉매 결합, 멀리 떨어진 원자 구조에도 영향받는다

이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0 09: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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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독일 막스플랑크 공동연구팀, 백금 표면의 원자계단 간격에 따른 결합 변화 확인
▲ 멀리 있는 원자에 영향받는 금속 촉매 결합 모식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금속 촉매 표면에 붙은 분자의 결합 세기가 직접 맞닿은 원자뿐 아니라 수 나노미터 떨어진 원자 구조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독일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금속 표면의 장거리 전자적 상호작용이 분자와 금속 사이의 화학 결합 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백금 표면에서 분자와 주변 원자 구조 사이의 거리에 따라 결합 에너지가 최대 약 0.2전자볼트(eV) 차이 나는 현상을 확인했다. 장거리 영향이 나타나는 특성 거리는 분자 종류에 따라 약 4~7나노미터(nm)로 나타났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에 해당한다.

금속 촉매는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로 화학제품과 연료 생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암모니아 합성 공정에서는 금속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화학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생산한다.

금속 촉매를 이용한 화학 반응은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때 분자가 금속 표면에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는지는 이후 화학 반응이 진행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기존에는 이러한 결합을 주로 분자가 직접 접촉하는 주변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했다. 금속 표면에 붙은 원자나 분자가 멀리 떨어진 영역의 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화학 결합의 세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원자들이 계단 모양으로 배열된 백금 표면을 제작했다. 원자계단 사이의 간격을 다르게 조절한 뒤 암모니아(NH₃), 일산화탄소(CO), 일산화질소(NO) 등 3종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하는 세기를 측정·비교했다.

그 결과 분자가 결합하는 지점의 원자 구조가 비슷하더라도 인접한 원자계단까지의 거리에 따라 결합 세기가 달라졌다. 분자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영역의 원자 배열도 화학 결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된 것이다.

분자별 장거리 영향의 특성 거리는 암모니아 약 7나노미터, 일산화탄소 약 6나노미터, 일산화질소 약 4나노미터로 각각 달랐다. 연구진은 분자가 금속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는 속도를 분석하는 정밀 측정 방법을 활용해 결합 에너지를 산출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금속 내부에 넓게 퍼져 있는 전자들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금속의 전자는 특정 원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넓은 영역에 분포한다.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하면 분자의 전자와 금속 내부의 전자가 상호작용하면서 멀리 떨어진 원자 구조의 영향도 결합 세기에 반영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화학의 분자 궤도와 물리학의 전자띠 개념을 결합한 '프런티어 오비탈-밴드 모델(Frontier Orbital-Band Model)'을 제시했다.

분자 궤도는 분자 내부 전자의 에너지와 공간적 분포를 나타내는 개념이며, 전자띠는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전자 상태가 결합해 형성되는 에너지 영역이다. 새 모델은 분자마다 전자 상태가 달라 금속 내부의 서로 다른 전자 상태와 상호작용하고, 이에 따라 장거리 영향의 범위에도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설명한다.

연구진은 백금과 팔라듐을 비교했을 때 팔라듐에서 장거리 영향이 훨씬 약하게 나타나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금속의 전자 상태에 따라 장거리 결합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30일 오전 3시 한국시간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원자 구조와 전자적 상호작용의 관계를 바탕으로 촉매 표면에서 분자의 결합 세기를 보다 정밀하게 계산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플로리안 니츠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표면 화학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분자를 중심으로 보는 화학과 금속의 전자적 특성을 다루는 물리학의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며 "이번 성과는 막스플랑크 연구진의 금속 표면 정밀 측정 기술과 IBS 연구진의 고체물리학적 분석을 결합해 이뤄낸 결과"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보로딘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그룹리더는 "과거 촉매 개발은 오랜 실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해 왔지만, 이제는 화학 반응의 원리를 바탕으로 원하는 특성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화학 결합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다 정교한 계산과 효율적인 촉매 설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복잡한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모으는 협력이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자들이 전문 분야의 연구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세계적 연구기관과 함께 도전적인 연구에 나설 수 있도록 국제공동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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